책 읽는 여우의 2017

《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예담(2016)

하늘여우4U 2017. 8. 26. 17:04

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상상하기 어렵다. 고교시절 강당의 피아노를 조율하는 소리에서 숲의 냄새를 맡은 소년이 붙인 이름이니까. 그만큼 이 책은 공감각적 표현이 넘쳐난다.

      

       건반을 몇 군데 두드리자, 뚜껑이 열린 숲에서 나무들이 흔들리는 냄새가 났다. 밤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단 두 줄의 문장만으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겨 결코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물론 이 책에도 부족한 점은 있다. 소설 구성에서 사람의 마음을 쫄깃쫄깃 긴장하게 만드는 위기-절정의 상황은 찾아보기 힘들다. 피아노 연주로 치자면 그저 밝고 잔잔한 미뉴에트나 소나타 정도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책의 매력은 더한 것처럼 보인다. 반드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웅장한 교향곡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평안을 주는 아름다운 음악은 존재하니까.


작가 미야시타 나츠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책은 일본의 서점관계자들이 뽑은 최고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읽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이리라. 원작도 훌륭하지만 살아있는 표현이 가득한 여러 문장에서 보이듯 번역도 참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