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창비(2016)
술 마시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까?
기막힌 제목이다. 《안녕 주정뱅이》는 일곱 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같은 제목의 소설은 실려 있지 않지만 모든 소설에 술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작가 권여선은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남자들도 무서워하는 술꾼임을 고백한다. 그래서인가? 술자리 장면이 억지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그 결과들이 좋은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봄밤〉과 〈카메라〉는 상실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빚 때문에 파산한 남자와 아이를 빼앗긴 여자가 술 때문에 만났지만 남자는 악성 류마티즘으로, 여자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함께 요양원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술을 못 끊는 여자는 외박을 일삼고 남자는 그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른 척 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도 두 남녀가 술자리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여자의 바람을 들어주려던 남자가 사라지자 여자는 그들의 사랑을 오해한다. 그러다가 그의 누나에게서 사실을 전달받고는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삼인행〉, 〈역광〉은 자기기만(自己欺滿)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전작은 별거에 들어가는 두 부부가 친구 한 사람과 동해안으로 여행을 가는 이야기인데,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맛집 찾기에 열중하는 부부의 모습이 친구의 눈에는 낯설게만 보인다. 게다가 남편은 새벽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다른 한 편은 신인 작가가 예술인 공동체 숙소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어느 비오는 밤에 문득 보았던 남자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환상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모〉와 〈실내화 한 켤레〉, 〈층〉의 주제는 배신 혹은 복수라고 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한 시이모의 복수가 과연 무얼 의미하는지, 왜 단짝이었던 두 친구가 그 사이에 한 사람이 더 끼어듦으로써 배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연히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믿음을 배신한 남자의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하는 말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