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누구든 하나쯤은 집착하는 것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이다. 특유의 유머와 사회비판적 시선으로 그의 작품 《남쪽으로 튀어!》는 임순례 감독에 의해 2013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는 작가로서 이 책으로 2004년에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공중그네》는 《인더풀》, 《면장선거》와 더불어 정신과 의사 이라부 이치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모은 연작소설집의 하나이다. 이 책에는 총 다섯 개의 일화가 실려 있는데, 각각 선단공포증을 앓고 있는 야쿠자 보스, 공중그네 묘기를 할 수 없게 된 곡예사, 장인어른의 가발을 벗기고픈 충동에 빠진 정신과 의사, 원하는 곳으로 공을 못 던지는 야구선수, 그리고 새 작품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가 각자 자신들의 고민을 그에게 상담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소동을 벌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직업상의 이유로 남에게는 말 못할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첫 에피소드인 〈고슴도치〉에는 도쿄 시부야 일대를 책임지고 있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 이노 세이지가 등장한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불같은 성미와 결단력을 인정받아 현재의 지위까지 오른다. 그런데 최근 뾰족한 것만 보면, 특히 그 물건이 작으면 작을수록 마치 자신의 눈을 뚫고 들어오는 듯해 참을 수가 없다. 야쿠자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결국 정신과를 찾는다. 이라부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갈수록 심해져서 세이지는 조직의 보스들과 혈판장을 찍는 자리에서는 순간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지만, 동거녀가 라이벌 조직의 관할구역에 새로운 가게를 계약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상대 조직의 중간보스와 맞대면을 하러 나간 자리에서 협상 중에 흥분한 상대방이 갑자기 자신의 비수를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라부에 의해 상대방이 라이너스 증후군(담요 애착증)이라는 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또한 다른 고슴도치 – 속은 여리지만 살아남기 위해 남에게 위해를 가하는 – 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증상에 대해 여유를 갖게 된다.
이외에 다른 네 개의 에피소드들도 모두 조금씩은 다르지만 심한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이들이 찾는 정신과 주치의 이라부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그는 다섯 살 어린아이처럼 보채거나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어떤 증상의 환자든지 일단 주사처방을 내리고 이를 지켜보며 흥분한다. 이라부가 주사바늘, 혹은 주사를 놓는 행위에 집착하는 이유는 책에 나오지 않지만, 다른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현재와는 다른 삶을 꿈꾸거나 혹은 새롭게 부각되는 루키를 자신의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온다.
강박장애는 신경증의 일종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이 질환이 부조리한 것은 환자 본인도 스스로가 지나치게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과 자신의 행동 및 생각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강박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한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듣게 되는 노래의 한 소절이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무한 반복되어 들려오곤 했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지나친 긴장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 추측해 보지만, 당시 나로서는 ‘내가 이러다 미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그렇다고 ‘지금은 안 그럴까?’ 생각해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요즘엔 책을 읽다가 틀린 글자나 빠진 글자를 발견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꼭 연필로 고쳐놓아야 마음이 놓이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강박증세가 없다고는 결코 말하지 못하겠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이런 증상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을까? 그러니 이유도 모르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고 자신을 책망하는 죄책감은 훌훌 벗어버리고 누구나 다 그렇다고, 단지 지금 그 상황이 아닐 뿐이라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니까 사람인 거다. 그러니까 삶에 애착이 가는 거다.